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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슈뱅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043. 오크통 시리즈 1 : 오크통의 역사
" 본 컨텐츠는 질의응답 형식이 아닌 와인21닷컴에 게재중인 ‘오크에 진심인 편’ 기사를 발췌하여 만들어집니다. "
안녕하세요 므슈뱅입니다.
잠깐의 공백을 깨고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와인21닷컴에 기고중인 '오크에 진심인 편' 기사를 발췌하여 오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인만큼이나 보존과 숙성 또한 다양한 문화권에서 수천 년간 유지, 발전되어 왔다. 고고학적인 발견에 따르면 최초의 와인 생산은 기원전 5400년경, 그리고 와인을 운송하기 위한 용기인 점토로 만든 앙포라(amphora)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2000년경 이었다. 저렴하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운송 시 무겁고 깨지기 쉬운 문제가 있었다. 나무 배럴이 처음 등장한 곳은 그리스인들의 기록으로 당시 이들은 와인을 야자나무로 만든 통에 담아 유프라테스 강을 통해 운송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로마 제국은 야자나무가 잘 휘지 않아 생산이 어려운 탓에 여전히 앙포라를 사용하고 있었다.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가 남긴 갈리아 전기(The Gallic Wars; 기원전 51년)에는 로마 군이 골 족을 정복할 때 피치(pitch; 원유, 콜타르 등을 증류시킨 뒤 남는 검은 찌꺼기)와 기름이 가득 찬(초기 단계의 폭탄) 나무 통으로 무장한 군과 맞닥뜨렸다고 나와있다. 이 나무 배럴들은 “쿠페(cupae)”라고 불렸고 오늘날 나무 배럴 생산자를 부르는 이름, ‘쿠퍼(cooper)’의 기원이 되었다. 또한 기원후 79년에 별세한 작가인 가이우스 필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ilinius Secundus)는 골 족이 와인과 맥주를 금속으로 된 둥근 테(hoop)로 고정한 오크나무로 된 배럴에 운송하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아마도 골 족과의 전투 이후에 로마인들은 앙포라보다 나무 배럴이 와인을 보관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고 잘 휘지 않는 야자나무 대신 서유럽에 널리 퍼져있고 생산성이 높은 오크나무로 배럴을 만들어 기름과 와인을 포함한 모든 음료를 저장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인과 와인 생산자, 그리고 군인들은 와인이 오크에 담긴 채 오래 여행을 하면 더 부드러워지며 과일 이외에 정향(clove), 시나몬, 올스파이스(allspice), 바닐라 등의 풍미가 생기며 마시고 난 뒤에 캐러멜, 버터 등의 풍미도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풍미 변화는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았고 의도적으로 나무에 숙성을 시키는 생산자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5세기부터는 나무 저장 용기를 가리키는 ‘배럴(barrel)’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중세 라틴어로 작은 통을 의미하는 바리클루스(barriclus)에서 고대 프랑스어 바힐(baril)로 변형되고 중세 영어 배럴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출처: Oxford Language)).
오크 배럴은 그 후 와인을 숙성하는 용기로 사랑받아오다가 19세기와 20세기 초반,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가 등장하며 그 자리를 내주었다. 비용과 관리의 용이성 측면 때문에 오크 배럴은 역사에서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1970년대와 80년대에 와인 메이커들은 오크통의 모양과 종류, 만드는 방식에 따라 와인의 구조나 풍미가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점차 많은 메이커들이 자신의 개성을 다양한 오크 배럴을 사용해 와인에 표현하기 시작했다. 1990년 대부터는 많은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었고 다양한 자료가 쏟아지며 다시 나무 배럴 사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오크 배럴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바로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의 등장 때문이었다.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로버트 파커는 100점 만점의 점수로 와인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알기 쉬운 점수 체계는 전 세계 와인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그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졌는데 로버트 파커가 고득점을 줬던 와인 중 다수는 새 오크통에 숙성한, 오크의 풍미가 지배적인 와인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와이너리들은 로버트 파커에게 고득점을 받기 위해 앞다투어 오크 배럴에 와인을 숙성한 뒤 출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라 리오하(La Rioja) 지역 와인의 경우 1983년에는 63개 와이너리가 배럴 숙성 와인을 생산했던 데 비해 2012년에는 386개로 증가했다. 판매 수치를 보면 2012년 판매된 와인 100병 중 배럴 숙성을 거치지 않은 와인은 45개, 숙성을 거친 와인이 55개로 과반수를 넘었다.
2010년대에는 탈 오크의 물결이 강했던 시기였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소믈리에들은 오크 풍미가 전면에 드러나는 와인을 멀리했다. 생산자들 또한 과한 오크 풍미가 결국에 과일을 가린다고 판단하여 오크의 영향이 덜한 푸드르(Foudres)나 보티(Botti)라고 불리는 1,000-5,000리터 용량의 거대한 사이즈의 용기를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콘크리트 탱크로 돌아가기도 하였으며 에그 시멘트, 테라코타(terracotta; 모양과 기원한 지역에 따라 앙포라(로마), 티나자스(tinajas; 스페인), 혹은 크베브리(qvevri; 조지아)) 도자기 등 다른 재질의 통에 숙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도 2020년에 접어들면서는 다시 의구심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위의 숙성 용기들로 숙성한 와인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생산자들이 점토로 만든 숙성 용기가 너무 많은 공기의 유입을 허용하며 장기간 숙성했을 때 산화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산자들은 품종이나 지역에 따라 잘 맞는 숙성 용기가 있으며 오크 또한 품종과 지역에 맞는 종류와 결, 사용 연한을 잘 맞춘다면 과일 풍미를 가리지 않고, 오크 풍미를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며 최상의 상태로 숙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다시금 오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오크나무가 주는 공기와의 접촉을 통한 탄닌을 부드럽게 만들고 질감을 변화시키며 다양한 화합물로 인해 풍미를 복합적으로 발전시키는 장점을 누릴 수 있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오크를 ‘잘' 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강한 오크 풍미에서 산도와 과실 풍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져 당분간 이러한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Maria Carpena et al., Wine Aging Technology : Fundamental Role of Wood Barrels., 2020 * Ana Martínez-Gil et al., Different Woods in Cooperage for Oenology: A Review., 2018 * Gautier, J.F., Histoire et Actualité Du Tonneau., 2000 * Gautier, J.F., Le Tonneau à Travers Les â Ges., 2003 * Vivas, N.; Saint-Cricq de Gaulejac, N., The useful lifespan of new barrels and risk related to the use of old barrels. 1999 * Singleton, V.L., Le Stockage Des Vins En Barriques: Utilisation et Variables Significatives., 2000 * Jamie Goode., Is Oak Over? https://vinepair.com/articles/how-oak-affects-wine-trends/ 2019 * Rum Runner Press, Inc., The History and Science of the Barrel- Lesson 1: The Art of Cooperage., https://www.gotrum.com/the-rum-university/printed-courses/the-history-and-science-of-the-barrel-lesson---1:-the-art-of-cooperag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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