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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아-방 (Moulin-à-Vent)

​보졸레는 포도남와 땅이 결혼한 곳이다. 다른 곳에서는 무미건조한 맛을 내는 가메가, 화강암을 더고 있는 이곳 모래점토에서는 선명하고 과일향이 강해 언제나 쉽게 마실 수 있는 가볍고 즐거운 와인으로 재탄생한다. 우수한 보졸레 와인이 목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로 '굴레양'이라는 프랑스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요즘에는 가벼운 와인이 인기를 잃어서, 어떤 애호가들은 보졸레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특히 매년 11월 말 출고되는 보졸레 누보가 1970~80년대에 큰 인기를 끌면서 위험한 자만에 빠진 탓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더 진지한 와인을 만들려는 노력이 다시 시작됐다. 보졸레는 부르고뉴의 남단인 마콩 바로 아래의 화강암 언덕부터 리옹 북서쪽의 평지까지 약 55킬로미터에 걸쳐 있는 지역이다. 와인생산량은 부르고뉴 지역을 모두 합친 것만큼이나 많다. 물론 일관성도 거의 없다. 토양은 중심지인 빌프랑슈의 북쪽에서 정확히 나뉜다. 점토 토양인 남쪽의 '바'보졸레에서는 평범한 보졸레 와인이 나오며 유명한 마을도 없다. 생산자들은 그저 알코올 함량을 높여 보졸레 쉬페리외 자격만 따면 만족한다. 연간 7,000만 리터의 조기소비용 와인을 우물물처럼 생산한다. 


이 와인들은 그 신선하고 소박한 맛으로 대중레스토랑에서 쓰기에 아주 좋다. 리옹의 유명한 '부숑' 즉 작은 레스토랑들에서는 작은 항아리째 내오기도 한다. 알코올도수를 높이기 위해 설탕을 첨가해 풍미를 죽일 때도 많다. 톡 쏘는 향과 가벼운 목넘김이 날내 섞인 묵직한 맛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바' 보졸레는 장기숙성력이 거의 없다. 차가운 점토 토양으로 인해 빈티지가 좋은 해조차 가메가 잘 익지 않는다.


반면, 북부의 '오' 보졸레는 화강암 기반으로, 그 위를 모래가 많은 다양한 표토들이 덮고 있다. 배수와 보온성이 좋아 가메가 완벽한 수준까지 익곤 하며, 숲이 우거진 산의 서쪽 450미터 이상까지 포도나무들이 자란다. 직접 병입까지 하는 극소수 개인 재배자들은 빌라주 내의 해당 코뮌 이름가지 붙인다. 반면 네고시앙들은 소비자 기호에 맞춰 여러 고뮌의 와인들을 블렌딩, 일반 '보졸레 빌라주'를 만든다.


보졸레 크뤼들이야말로 가메의 고향이다. 보졸레에서는 가메 나무들을 전통적 방식으로 하나씩 독립적으로 말뚝에 묵어 키운다. 수령이 10년을 넘기면 더 이상 정지하지 않는다. 사람처럼독립적으로 자유록게 살게 한다. 가메 나무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 


​물랭-아-방 와인은 훨씬 엄격한 느낌이다. 이런 차이는 다른 크뤼와 마찬가지로 테루아르가 써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린 와인임에도 좀처럼 열리지 않는 힘, 10년 숙성 후 부르고뉴를 닮는 특성 등은 아마도 토양에 철분과 망간이 풍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휴 존슨 잰시스 로빈슨의 와인 아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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