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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RGOGNE EXPERIENCE
 

3편 : 금지된 왕국, 로마네 꽁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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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꽁띠 포도밭 (credit : Jeff Kwak, 2018)]

 

프랑스의 국보, 로마네 꽁띠를 방문하던 날


 

 

[금지된 왕국]

 

어렵게 방문의 기회를 가졌다. 이곳 프랑스에서는 일반인들에게 방문이 허용되지 않는 도멘이 여럿 있다.  로마네 꽁띠말고도 보르도 뽀므롤(Pomerol)의 샤또 페트뤼스(Château Pétrus), 샹파뉴의 크룩(Krug), 남프랑스 프로방스의 도멘 드 트레발롱(Domaine de Trévallon) 등이다. 모두 세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도멘들이다. 이들 도멘은 특별한 경우에만 기자나 업계 관계자에게 방문이 허락된다.


방문에 앞서 많은 기대를 하고 갔다. 필자가 와인 유학을 하면서 귀국하기 전에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도멘이었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나름대로 질문을 하나하나 준비해서 약속시간 훨씬 전에 와이너리에 도착하였다.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필자가 살던 디종(Dijon)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자주 드나들던 곳이라 낯설지 않은 동네였다. 부르고뉴 지방 꼬뜨 드 뉘(Côte de Nuits) 지역의 본 로마네(Vosne-Romanée) 마을은 아담하고 조용한 동네이다.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도멘은 어떤 모습일까?  보르도의 샤또처럼 웅장하고 우아한 외관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 동네를 방문해 로마네 꽁띠를 찾는다면, 프랑스인조차 찾기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도멘의 건물은 평범하고 아담한 가정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최고를 자랑하는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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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베르 드 빌렌 (출처 : 로마네 꽁띠 홈페이지 www.romanee-conti.fr)]

 


이윽고 도멘의 소유주인 오베르 드 빌렌(Aubert de Villaine)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마른 체구에 키가 크고 60세가 넘는 인상 좋고 자상한 이웃집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간소하고 검소한 옷차림, 절제된 말투와 행동 그리고 명성을 실추시키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그에게서 본 첫인상이었다.


로마네 꽁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떼루아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며 로마네 꽁띠 포도밭으로 인도했다. 수도 없이 많이 지나갔던 로마네 꽁띠 포도밭에 오베르 드 빌렌과 함께 서있다니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축구장보다 조금 더 큰, 그리 넓지 않은 포도밭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오베르 드 빌렌이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떼루아라고 한다. 훌륭한 와인의 비밀이며 로마네 꽁띠 와인을 만들 때도 자연을 존중하고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재배와 양조 기술이라고 한다. 로마네 꽁띠 밭은 1.8헥타르의 면적으로 14세기 이후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로마네 꽁띠는 최상의 떼루아에 피노 누아(Pinot Noir)가 빚어낸 걸작품이라 설명한다.


부르고뉴의 지형을 논하자면 약 4억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알프스산맥이 융기, 형성되면서 이곳 부르고뉴 평야가 침몰하게 된다. 이런 지각의 침몰과 융기의 계속적인 반복으로 인해 지층이 뒤죽박죽이 되고 모암에 많은 균열이 생겨난다. 이러한 균열은 포도나무의 뿌리가 깊숙이 자라며 다양한 지층의 다양한 양분을 빨아들여 생산하는 포도가 복합적인 풍미를 갖게 하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땅속은 수 미터 간격으로 서로 다른 지질로 형성되어 토양의 구조나 성질이 포도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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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꽁띠 포도밭 (credit : Jeff Kwak, 2018)] 

 


로마네 꽁띠의 포도밭의 특징은 포도밭의 방향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 햇볕을 충분히 받고 완만한 경사지를 이루어 배수가 완벽하게 이뤄지며 토양의 깊이가 깊지 않으며 지층의 모암의 균열로 생긴 틈새로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한참 동안의 포도밭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 자리를 옮겨 양조장으로 안내한다. 안내하기 전 빌렌은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당부한다.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양조장의 규모 또한 작다는 것이다. 양조장 안에 발을 들인 후 받은 첫 느낌은 와인의 명성에 비해 “초라하다”였다.


오베르 드 빌렌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떼루아가 훌륭한 와인의 가장 중요한 비밀이지만 인간의 역할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자연을 존중하는 데 있습니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자연이 우리에게 준 혜택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죠.” 그의 말은 너무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시적이었다.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살충제와 화학비료는 당연히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법은 놀랄 만한 사실이 아닌 것이 이미 많은 도멘에서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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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네 꽁띠 포도밭의 포도 나무 (출처 : 로마네 꽁띠 홈페이지 www.romanee-conti.fr)]

 


그는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첫째로 수확량을 최대한 감소시킨다. 보통 한 그루에 두, 세 송이만 남기고 잘라버린다. 그리고 트랙터와 같은 기계 사용으로 토양이 경질화되는 것을 우려하여, 말로 경작하며 살아 숨 쉬는 토양을 유지한다. 그리고 포도나무 재식밀도를 최대한 높이는데 최대 1헥타르당 14,000그루의 포도나무를 심는다(에쉐조(Echézeaux) 그랑 크뤼 포도밭의 최소 재식밀도는 헥타르당 9,000그루이다.). 포도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어 기계로 재배가 어려우며 따라서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일 인당 개인이 재배하는 포도밭 면적이 2.5헥타르에 해당하며 다른 도멘에서 담당하는 평균 3.5헥타르에 비해 농부들이 담당하는 면적이 적다. 이 말은 농부들이 포도나무 하나하나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정성스레 키울 수 있다고 한다.


포도나무의 연령은 보통 40년에서 50년 정도를 보이는데 어린 포도나무(보통 15년에서 20년)에서 수확한 포도는 복합미가 충분하지 않아 로마네 꽁띠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되지 않는다.


포도를 수확할 때는 포도밭에서 1차로 잘 익지 않은 포도, 썩은 포도, 잎사귀 등을 골라내고 양조장으로 옮겨와 다시 한번 포도를 골라내는 선별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이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며 품질에 미달하는 포도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버려지는 포도가 아깝다고 생각하면 훌륭한 와인을 만들지 못한다. 다른 양조과정 역시 다른 도멘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가급적 사람의 간섭을 줄이고 떼루아의 개성이 잘 나타나도록 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을 맑게 하는 여과 작업은 하지 않는데 와인의 개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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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네 꽁띠 와인 (출처 : 로마네 꽁띠 홈페이지 www.romanee-conti.fr)]

 

 


 

[한 해에 생산되는 양은 고작 육천 병.]

 

드디어 꺄브(Cave)로 안내된다.  평소에 도멘을 방문하면 아무리 좋은 와인을 테이스팅 하더라도 삼키는 법 없이 뱉어낸다. 하지만 이번만은 뱉지 말고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지하 꺄브로 내려갔다.


꺄브 역시 다른 도멘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지만 다른 모습을 또한 발견했다. 다름 아닌 오크통 안에서 한참 숙성되어 가는 와인을 제외하고 병입하여 보관하고 있는 와인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아주 오래된 와인이 자물쇠로 굳게 닫힌 꺄브 안에 먼지와 함께 보관되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로마네 꽁띠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인 얘기로는 다 팔려서 와이너리에 보관할 와인이 없다고 한다. 얼마나 좋을까? 만들자마자, 아니 와인이 완성되기도 전에 이미 다 팔려나간다니…


자연스레 이야기는 상업적인 부분으로 넘어간다. 매년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회사는 8만 5천여 병을 판매한다. 이 도멘은 로마네 꽁띠 와인 이외에도 다른 포도밭, 라 타슈(La Tâche), 에쉐조,그랑 에쉐조(Grands Echézeaux), 리쉬부르(Richebourg), 로마네 생 비방(Romanée-St-Vivant) …. 등 여섯 개(현재는 2009년 빈티지부터 생산한 꼬르똥(Corton) 그랑 크뤼까지 총 8개)의 그랑 크뤼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그중에 로마네 꽁띠 와인은 5-6천병, 도멘 총 생산량의 80%가 외국으로 수출하고 나머지 20%는 프랑스 국내 레스토랑과 샵에서 판매되고 있다. 로마네 꽁띠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수출하는 나라들의 경우 각각 하나 아니면 둘 정도로 제한해서 독점권을 준다. 로마네 꽁띠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싸다. 일 년에 5-6천 병을 생산하는 희소성 때문일까? 모든 사치품이나 명품과 같이 로마네 꽁띠 역시 자주 위조와 투기자들의 투기 대상이 된다.


한 번은 오베르 드 빌렌이 사업차 미국에 갔을 때 한 TV 인터뷰에 초대받았고 그의 앞에는 1947년도 빈티지의 로마네 꽁띠 한 병이 놓여있었다. 진행자는 이것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수 있겠냐고 질문했고 그는 1초의 고민도 없이 가짜라는 대답을 했다. 그 이유는 1947년산 로마네 꽁띠 와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945년에 와이너리는 로마네 꽁띠 밭의 포도나무를 모두 뽑아내고 미국종과 접목시켜 다시 심었기 때문에 1946년부터 1951년까지의 로마네 꽁띠 와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화이트 와인에 몽라쉐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를 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아펠라씨옹(AOC) 표기란에 위조자는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Montrachet Appellation Romanée-Conti Contrôlée : 몽라세 아펠라시옹 로마네 꽁띠 콩트롤레’. 무엇이 틀렸는가는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둔다. 사기도 알아야 치는 법


오베르 드 빌렌은 시음할 와인을 가지고 들어온다. 먼저 화이트 와인으로, 1999년산 몽라세이다. 로마네 꽁띠 사는 1헥타르도 안되는 몽라쉐 포도원을 가지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로마네 꽁띠가 생산하는 유일한 화이트 와인이다. 다음은 아무 라벨이 붙어있지 않은 레드 와인을 가져와 따라주며 빈티지와 어떤 밭인지를 맞춰 보라고 한다. 다들 로마네 꽁띠 밭의 1999년, 1997년 아니면 2000년이라 제각각 추측해보지만 모두 틀렸다. 오베르 드 빌렌이 가져온 레드 와인은 1999년 빈티지의 라 따슈였다.


그렇게 2가지 와인 시음이 끝나고 한동안 말없이 다음(?)을 기다렸다.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듯 오베르 드 빌렌은 시음이 모두 끝이라고 했다. 아니 그럼 로마네 꽁띠 와인은…… 결국 맛도 못 봤다. 하지만 최고를 점령하기란 원래 어려운 법. 와인을 공부하면서 하나쯤은 미래를 위해 남겨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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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네 꽁띠 와인 박스 (출처 : 로마네 꽁띠 홈페이지 www.romanee-conti.fr)]

 


 

 

[당신은 로마네 꽁띠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 신경 쓰십니까?]

 

그렇다고 한다. 다만 오베르 드 빌렌은 외형적인 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외형이 아닌 더 위대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와이너리의 최종 고객이 누구인지 솔직히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정말 와인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 가는 경우도 있지만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며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 와인을 정말 좋아하는 애호가들을 위해 더 위대한 와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모든 방문 프로그램이 끝나고 디종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전에 조셉(Joseph)이란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필자가 프랑스로 유학 와서 포도밭에서 일하면서 사귄 친구인데 지금은 다른 도멘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에는 로마네 꽁띠 회사에서 일했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지금도 로마네 꽁띠에서 일하고 있다. 매년 연말쯤 오크통에서 숙성을 마친 와인들을 병에 담는 병입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남는 와인들이 있는데 한 군데에 모은 뒤 병입하여 로마네 꽁띠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다는 이야기였다. 여러 개의 그랑 크뤼 와인이 한군데 섞여있기 때문에 그 와인은 판매 가치도 없고 어떠한 와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와인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로마네 꽁띠, 라타슈, 로마네-생-비방 등 모든 그랑 크뤼를 한 병에 넣고 마시는 일이다.


1990년 5월, 거대한 일본 유통회사인 타카시마야(Takashimaya)가 로마네 꽁띠의 공동 주인인 메종 르후아(Maison Leroy)의 지분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 로마네 꽁띠 회사까지 넘본 적이 있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에서는 로마네 꽁띠는 나라의 국보라 하며 일본 자본의 유입을 막은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한말이 떠오른다. 로마네 꽁띠를 마시기 위해 코르크를 따는 것은 역사 책을 펴는 것과 같다. 와인계의 전설 로마네 꽁띠, 역사와 떼루아의 결정체. 이를 지키는 파수꾼 오베르 드 빌렌.… 와인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이들이다.


 

 

글 : 비노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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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Vinocus]
부르고뉴는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가장 복합적이며 가장 까다로운 명산지이다.
(CLIVE COATES, MW)
최근 들어 부르고뉴 애호가를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마실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아니면 모처럼 기회에 구매한 와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데 그만큼 정보나 지식이 따라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부르고뉴는 단일 품종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지만 마을 별, 끌리마 별, 크뤼에 따라 다양한 맛을 드러낸다. 끌리마(Climat)만 하더라도 부르고뉴에는 1,240여 개가 존재한다. 부르고뉴 와인이 다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다양한 떼루아가 존재한다. 부르고뉴는 떼루아의 산지다. 토양, 기후 그리고 인간의 상호 유기적 영향과 이들의 조합이 이루어져 부르고뉴 와인의 개성을 만든다. 그러므로 부르고뉴 와인을 즐긴다는 건 곧 그만큼 부르고뉴의 기후, 토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르고뉴 익스피리언스”에서는 부르고뉴의 모든 것을 소비자의 시각으로 기획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아냈다. 부르고뉴 지식을 참고하여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제대로 골라보자. 또한 이 시리즈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썼기에 조금 어려운 부분은 뒤로 미루어도 괜찮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하는 마음으로 읽어 나가 보자. 깊고도 넓은 부르고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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