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린느

Sérine

세린느(Sérine) 품종이라는 이름은 북부 론 생산자들과 이야기할 때 간혹 나오는 이름이다. 명확한 자료는 없이 그저 생산자들에게 시라의 조상 격이 되는 품종이라고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꼬뜨-로띠(Côte-Rôtie) 아펠라씨옹 웹사이트와 떼루아 프랑스 웹사이트에서는 세린느와 시라가 동일한 품종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또한 포도품종학자 피에르 갈레(Pierre Galet)의 “실용 포도품종학: 포도품종 식별(A Pratical Ampelography: GrapevineIdentification)”에서도 세린느를 시라와 동일한 품종이라고 기재해두었다.

반대의견도많은데 18, 19세기에 세린느와 시라는 2가지 서로 다른 품종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세린느는 보다 정확히 ‘앙퓌의세린느(Sérine d’Ampuis)’라고 불리며 꼬뜨-로띠 와인을 만들던 레드 와인 품종이었으며 시라는 ‘에르미따주의시라(Syrah de l’Hermitage)라고 불리며 에르미따주 와인을 만들어내는 품종으로 분류되었다.

1781년에 변호사, 지질학자이자 화산학자인 바르텔레미 포자 드 쌩-퐁(Barthélémy Faujas de Saint-Fond)이 꼬뜨-로띠에대해 쓴 글을 보면 “이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내는 2가지 품종은 세린느와 비오니에 품종이다. 예전부터 써온 세린느 품종은 날카롭게 생겼으며 뛰어난 품질을 부여하지만 열매를 맺기 힘들어하고 생산량이 적어 오늘날 버림받고 있다.”라고언급했다. 또한 그는 에르미따주 와인에 대해서도 덧붙였는데 “에르미따주 와인은 장소에서 이름을 딴 시라(sira) 품종 하나로만 만드는 와인이다. 시라는 알이 작고 다소 길쭉하며 더 좋은 품질의 레드 와인을 만들어내기에 적합한 품종이다.” 이러한 기록들을 살펴보면 18세기에 두 품종은 확연히 구분되고 있었다. 포도품종학자였던 오다흐(Odart) 백작은 1845년 그의 품종학 개론에 꼬뜨-로띠는 세린느 누아르 품종으로, 에르미따주의 쁘띠뜨 시라(petite Syrah)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기술했다.

유명한포도품종학자 빅토르 헝뒤(Victor Rendu)는 1857년에 쓴 포도품종학 책에서 Petite Sirrah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 포도나무 가지는 짙은 계피 색을 띤다.
• 잎의 크기는 크며, 가는 5개의 밝은 녹색 엽(lobe)과 잎 아래쪽에 솜털이 잔뜩났다.
• 타원형의 포도알, 날개 돋힌(ailées), 약간의 달걀 모양의 씨앗을 갖고 있으며, 송이는 압축되어 있으며, 울퉁불퉁하고, 검은 바이올렛 색을 띠며, 즙이 많고, 아주 달콤하고, 껍질이 얇다.
• 빨리 성숙하는 품종이다.

그리고세린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썼다.

• 포도나무 가지는 짙은 계피 색을 띤다.
• 잎사귀는 중간 정도 크기, 5개의 엽(lobe), 잎의 위쪽은 밝은 녹색, 아래쪽에는 솜털이 잔뜩났다.
• 타원형의 포도 알, 알의 크기는 일정하며, 날개가 돋혔고(aliées), 구형의 씨앗을 갖고 있으며, 송이 밀도는 느슨하기보다는 타이트하며, 어두운 회색을 띠고, 즙이 많고, 달콤하다.
• 늦게 성숙하는 품종이다.

두가지 품종을 비교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데 외형적으로는 포도알과 잎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씨앗에서 시라는 타원형을 띠며 세린느는 둥근 형태를 띠며 다른 모습을 보인다.

피에르비알라(Pierre Viala)가 1901년에서 1910년동안 쓴 7권짜리 포도품종학 대작에서 그는 뒤레자(Dureza)라는 품종(시라의아버지 품종으로 몽두즈 블랑슈(Mondeuse Blanche)라는 품종과 교잡을 통해 시라가 탄생했다.)이 세린느 혹은 세렌느(Serène)와 동일한 품종이라고 언급했다. 그와 동시에 시라와의 형태학적 차이점을 언급하며 두 품종을 분리하게 되었다.

오늘날세린느는 론 와인 생산 지역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시라 클론의 실제 근원이라고 여겨진다. 19세기 말 유럽에 필록세라가 덮친 것을 잊으면 안된다. 당시 론 지역의 포도밭들은 황폐화되었고 아주 일부의 비오니에와 세린느/시라 만이 살아남았다. 꼬뜨-로띠 아펠라씨옹은 고통받았고 거의 버림받게 되었다. 이후 80년대에 포도밭들은 다시 비약하는 계기가 생겼는데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세린느보다 더 생산성이 좋은 시라 클론을 심기 시작하면서였다. 이러한 클론의 침략에 일부 꼬뜨-로띠생산자들은 오리지날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시작하며 시라의 고대 근원인 세린느 보존소를 만들었다.

2003년부터 세린느 보존소에서는 바이러스 피해로부터 무사한 세린느 묘목들을 마살 셀렉션 방식을 통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생산자들이 왜 와인 품종 표기에 시라와 세린느를 구별하는지 설명이 된다. 도멘 애드 핀(Domaine Ad Fines)의 경우 보클뤼즈(Vaucluse)에서 꼬뜨-로띠에서 유래한 세린느를 대부분으로 하여 와인을 만들어낸다. 최근의 모습을 보자면 작은 씨앗을 지닌 과실로 집중도가 높고 생산량이 낮지만 아주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품종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영혼이 있는” 맛을 낸다는 바르텔레미 드 쌩-퐁(Barthélémy deSaint-Fonds)의주장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명성이  바로 이 품종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는 1781년에 “마시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고 너무 많이 마시게 되 문제다.”라고적었다.

젠시스 로빈슨은 “더 작은 알의 시라보다 월등한 품종을 쁘띠뜨 시라(petite syrah)라고 하며 더 큰 알을 지닌 품종을 그로쓰 시라(grosse syrah)라고 부른다.”라고기술해두었다. 그녀는 또한 petite syrah는 petite sirah와 혼동되면 안된다며 후자는 시라 품종과 뻴루흐상(peloursin)간의 교잡으로 탄생한 뒤리프(durif) 품종으로 현재 캘리포니아에 자리잡고 있는 품종이라고 언급했다. 많은 이들이 그녀가 말한 petite syrah가 세린느일거라고 추측한다. 또한 디캔터 잡지의 수석 에디터 앤드류 제포드가 쓴 새로운 프랑스(Andrew Jefford’s The New France)에서는 “세린느: 사라지고 있는 유전자”라는 제목으로 그가 프랑수아 빌라르(François Villard), 알랭 파헤(Alain Paret), 샤또 드 쌩 코스므(Château Saint Cosme)의 루이 바휘올(Louis Barruol)과 이 작은 알의 생산량이 적고 시라와 관계된 품종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적었다. 제포드에 의하면 바휘올은 세린느가 시라보다 더 아로마 차원에서 복합미가 넘치고 더 우아한 피네스를 보여준다고 한다.

미국와인 유통업자 존 오닐(John O’Neill)은 루이 바휘올과 꼬뜨-로띠의장-미셸스테판(Jean-Michel Stephan)의 수출 디렉터, 크리스토프 망제오(Christophe Mingeaud)와의 대화에서 세린느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세린느는 지난 2천년간이 론 지역에 심겨있는 포도 품종이었다고 한다. 품종의 외형적 특징은 올리브와 같이 생긴 포도알과 시라 품종과 비교했을 때 길쭉한 꽃대(rachis)가 특징적이며 이는 꼬뜨-로띠의독특한 화강암 토양과 깊은 경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흔적이라고 한다.

오닐은세린느가 20세기 초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2가지 근본적인 요소를 짚어냈다. 첫번째로는 일관성이 더 우수한 시라 품종이 더 많이 퍼지며 더 높은 생산량이 확보되었다는 점이었다. 두번째로 이렇게 양성하여 퍼뜨린 시라 품종이 더 높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세린느 품종은 질병에 취약해 대부분의 생산자들이 매 30년마다 나무를 새로 심는게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아주 적은 수의 생산자들만이 세린느 품종을 키웠다고 한다. 결국에는 브리더들이 세린느 품종 대신 시라 품종에만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꼬뜨-로띠의 언덕에서 세린느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발전시켜왔다. 이 품종이 꼬뜨-로띠의 지금의 명성을 쌓아준 품종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스테판과 빌라흐, 르베와 같은 생산자들 덕에 이 품종이 멸종은 면할 수 있었다. ‘구워진 언덕’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었던 세린느는 시라와 동의어가 아니라 꼬뜨-로띠와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