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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편 : 소믈리에 전문학교 CFPPA(Le B.P.Sommelier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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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sector.com]

 

 

 

와인 소믈리에.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와인 관련 직업 중 하나다. 소믈리에는 알려진 대로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서비스하는 이들을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단정 짓기에는 이들의 역할과 임무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와인의 품질과 결점을 감별하고 선택하는 전문 기술인인가, 고객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서비스직인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점심, 한 고객이 들어와서는 소믈리에에게 와인을 마시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 또는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릴법한 생선요리를 주문하고는 레드 와인을 원한다면, 그도 아니면 한 테이블에 동석한 이들의 식사가 향료가 강한 양고기에서부터 담백한 생선요리까지 다양하지만 한 병의 와인만을 나눠 마시길 원한다면, 이처럼 이론과 실제가 맞지 않는 돌발 상황이 많은 현장에 소믈리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Beaune) 마을에 자리한 소믈리에 학교를 찾아간 것은 이런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첫 출발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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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PPA]

 

 


[소믈리에 학교를 찾아서]

CFPPA 학교는 부르고뉴 와인 무역의 중심지 본(Beaune)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학교 앞에는 오리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어 조용한 시골마을 같았다. 이곳에서는 포도 재배에서부터 와인 무역, 소믈리에 등등 와인을 둘러싼 모든 직업과 관련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서 프랑스 와인 산업의 정점에 서있는 곳이었다. 취재를 위해 제일 먼저 찾아간 이는 소믈리에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주임교수 조르주 페르튀제(Georges Pertuiset) 씨였다. 그는 ‘프랑스 최고의 소믈리에’ 상을 받기도 했던 전직 소믈리에 출신 교수다. 젊은 세대들에게 소믈리에에 대한 열정을 나누기 위해 교육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먼저 그에게 소믈리에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역할에 대해 물었다. 소믈리에는 식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고객에게 마실 것을 안내하는 도우미와 같은 역할이라고 한다. 물론 주된 역할은 와인을 소개하고 조언하는 일이다. 그러나 주문하는 이가 와인을 싫어한다면 맥주나 물 또는 다른 음료를 권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식사가 끝나고 고객이 자리를 뜰 때까지 그는 마실 수 있는(시가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서비스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와인을 구입하고 와인 창고인 까브를 관리하는 일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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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bighospitality.co.uk]

 

 

 


[소믈리에 교육시스템]

페르튀제 교수의 설명이 끝나고 수업 시간표를 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곳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주 5일 동안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되는, 장시간의 수업 일정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수학시간이었다. 일주일에 3시간씩 배분 되어 있는 수학 시간에는 와인 성분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적인 수학 상식을 배운다고 한다. 물론 수학 외에도 영어, 불어와 같은 일반 과목과 양조, 와인 감별, 지역별 포도산지 같은 전공과목들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2년 과정으로써 ‘브르베 프로페씨오넬 드 소믈리에(Brevet Professionnel de Sommelier)’라고 불린다. 프랑스에서는 이곳 본 마을 말고도 투르(Tours), 아비뇽(Avignon), 베지에(Béziers) 이렇게 네 곳에 소믈리에 학교가 있다.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소믈리에 교육 시스템이 가장 잘 되어있는 곳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소믈리에란 어원도 결국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걸 보면 무리가 아닌 말이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들을 키우기 위해 제도화된 교육제도였다. 먼저 이 학교들은 사립이 아닌 국가교육기관으로 학비의 일부를 보조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았다. 고용주가 직업 재교육을 위해 학비를 부담하며 파견하는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연중 4개월은 기업체 실습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있다.  국가와 기업이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한배를 타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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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tor.com]

 

 


[수업 시간]

‘약간 쓴맛이 나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미네랄 성분에 의한 생긴 자연적인 현상이거나 아황산염 처리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와인은. 어떤 경우라고 생각하세요?’

사진 촬영을 위해 들어간 수업은 마침 와인 시음 시간이었다. 십여 명가량의 학생들이 화이트 와인을 시음하며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소믈리에 경력이 있는 사람도 있고 처음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다. 입학 전에 지원자를 선정하는 기준은 경력보다는 동기, 다시 말해 소믈리에를 하고자 하는 목표가 얼마나 뚜렷한가가 중요하다고 한다. 와인이라는 음료를 서빙하기 위해 이렇게 지난하고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인지, 취재하는 처음부터 들었던 궁금증을 풀어놓았다. 그들은 와인은 무척 까다로운 음료이기 때문에 모든 걸 알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가령 생선요리에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을 알고 있어야 하고 또 레드 와인으로 졸인 고기일지라도 손님이 원한다면 레드 와인이 아닌 오크 통에 숙성한 깊은 맛의 화이트 와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와인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는 서비스 정신이라고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와인의 다능인이라면 바로 소믈리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믈리에는 와인의 품질과 결점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한 편의 시처럼 구사할 줄 아는 표현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 그리고 와인을 구입하고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와인 산지의 흐름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와인의 역사와 생산연도,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 모든 능력이 결국은 고객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소믈리에는 심리 서비스와 연관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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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wsetglobal.com]

 

 


[한국 음식과 함께]

낯선 동양인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물어보지만 아무도 없었다. 일본 음식과 비슷하냐고 물어보기도 해서 대략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한국 음식과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레드 와인은 탄닌 때문에 까다롭지만 화이트 와인은 어떤 음식과도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면서 알자스 와인이나 쥐라 와인을 추천하기도 하고, 음식 색이 다양하기 때문에 레드 와인이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페르튀제 교수는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판단하는 건 주관적인 면이 강해서 한마디로 이거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와인과 음식 가운데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제압하지만 않는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과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조화라고 했다.


와인 문화의 종주국, 소믈리에의 원조국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에서도 높이 평가를 받고 있는 외국인 소믈리에들이 있다. 바로 독일인 소믈리에 마르쿠스 델 모네고(Markus Del Monego)와 일본인 소믈리에 신야 타사키(Shinya Tasaki)가 그들이다. 이들은 각각 1998년과 1995년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 상을 거머쥐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믈리에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얘기하는 마르쿠스 델 모네고는 자신이 어린 시절 맡았던 향기들을 와인과 비유해서 말하곤 한다. 그가 하는 표현은 한 편의 시, 소설의 한 구절 같아서 과연 소믈리에의 문학적 감성이 어디까지인가를 감탄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신야 타사키가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1995년 도쿄에서는 신야 타사키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와인 붐이 일기 시작한다. 모든 매스컴에서 연일 와인 기사를 다루고 와인 판매는 급성장했다. 한 명의 소믈리에가 그 나라의 주류문화를 바꿔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마르쿠스 델 모네고나 신야 타사키 같은 소믈리에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비노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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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Vinocus]
부르고뉴는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가장 복합적이며 가장 까다로운 명산지이다.
(CLIVE COATES, MW)
최근 들어 부르고뉴 애호가를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마실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아니면 모처럼 기회에 구매한 와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데 그만큼 정보나 지식이 따라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부르고뉴는 단일 품종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지만 마을 별, 끌리마 별, 크뤼에 따라 다양한 맛을 드러낸다. 끌리마(Climat)만 하더라도 부르고뉴에는 1,240여 개가 존재한다. 부르고뉴 와인이 다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다양한 떼루아가 존재한다. 부르고뉴는 떼루아의 산지다. 토양, 기후 그리고 인간의 상호 유기적 영향과 이들의 조합이 이루어져 부르고뉴 와인의 개성을 만든다. 그러므로 부르고뉴 와인을 즐긴다는 건 곧 그만큼 부르고뉴의 기후, 토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르고뉴 익스피리언스”에서는 부르고뉴의 모든 것을 소비자의 시각으로 기획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아냈다. 부르고뉴 지식을 참고하여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제대로 골라보자. 또한 이 시리즈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썼기에 조금 어려운 부분은 뒤로 미루어도 괜찮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하는 마음으로 읽어 나가 보자. 깊고도 넓은 부르고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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