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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 부르고뉴 와인 산지의 기후와 토양 - 떼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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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포도밭을 경작하는 재배자 (credit : Vinocus)]

 

 

 

떼루아(Terroir)

부르고뉴 와인 독창성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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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oir, en Bourgogne, est le fondement de l'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부르고뉴에 있어 떼루아는 AOC를 형성하는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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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떼루아(Terroir)란 무엇인가?


부르고뉴에서 떼루아는 자연적인 요소인 동시에 인간의 노하우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부르고뉴의 떼루아는 역사적으로 중세 시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수도승이 떼루아의 가치를 결정했고, 그에 따라 각 떼루아의 특징이 결정되었으며 INAO(Instituit National de l'Origine et de la Qualité)의 설립과 각 AOC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발전, 계승되어 왔다. 그 후로 1000년이 지난 지금, 부르고뉴의 떼루아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전통과 개성, 그리고 각 원산지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떼루아의 핵심은 포도나무가 영양분을 흡수하고 와인의 맛과 향 그리고 색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치는 지층과 토양에 있다. 특히 지질학적인 근원과 토양의 화학적 성분의 다양성이 부르고뉴 와인의 복합적인 특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각 포도원마다 다르게 작용하며, 같은 마을 내의 같은 포도원이라 하더라도 세부 구획 별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다양성은 부르고뉴를 아주 작은 구획으로 구분하여 거대한 모자이크를 연상케 한다.


일반적으로 포도나무는 자갈 토양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배수가 용이하며 또한 한낮의 태양열을 받아 저장한 뒤 밤에 열을 방출하는 복사 현상을 통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갈 외에 다양한 토양 위에서 포도나무가 자랄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토양이 바로 규토(비교적 가벼운 와인), 점토(바디감 있고 알코올이 높으며 색이 짙고 탄닌이 강한 와인), 석회질(알코올이 높고 3차 향이 강한 와인) 그리고 철분을 함유한 토양(색이 짙고 부케가 강한 와인) 위에서 포도나무가 잘 성장하게 된다.


토양의 특색이 떼루아의 주요 요소라면 다른 자연적인 요소들 즉, 포도원의 방향, 고도, 토양의 깊이와 배수 조건, 그 해의 빈티지 특성, 소기후(micro climate) 등은 와인의 표현, 개성,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간의 역할 역시 중요한데, 포도 재배 노하우, 전지작업부터 포도 수확기까지의 포도재배자의 철학, 그리고 양조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발효, 숙성과정들이 와인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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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뜨 드 뉘의 토양 구성 (credit : svt.ac-dijon.fr)]

 

2. 부르고뉴 떼루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2.1 부르고뉴 지방의 지형


부르고뉴 지방은 북에서 남으로 약 200km 정도에 뻗어 있으며 보졸레 지역을 포함해 총 50,000여 헥타르 면적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부르고뉴 지방은 지형학적으로 크게 두 가지 지역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욘느(Yonne) 지방의 퇴적 분지(le bassin sédimentaire)와 알자스 지역을 따라 연속적으로 발생한 지각의 함몰(effondrement) 과 융기(soulèvement)로 나타난 꼬뜨(côte)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융기와 함몰로 인한 지각변동은 동쪽으로는 광활한 평야지대와 서쪽으로는 고도 900m의 모르방(Morvan)이라는 숲으로 된 언덕을 경계로 한 지형을 형성하였다. 


부르고뉴 지방은 또한 4개의 커다란 행정구역으로 나누어진다. 샤블리(Chablis)를 포함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욘느, 그리고 꼬뜨-도르(Côte-d'Or), 사온-에-루아르(Saône-et-Loire), 보졸레 지방을 포함하고 있는 론(Rhône)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꼬뜨-도르 구역은 또다시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과 꼬뜨 드 뉘(Côte de Nuits)로 나뉘는데 이러한 지역의 분리는 와인에서 뚜렷한 특성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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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포도밭 및 토양 (credit : vins-bourgogne.fr)]

 

2.2 토양과 일조 방향


부르고뉴 지형과 토양의 형성은 2억 5천만 년 전, 화강암과 용암, 편마암 그리고 다양한 편암이 먼저 기반암으로 형성이 된 후 1억 5천만 년 전, 쥐라기 시대에 점토질, 이회암질, 석회암질이 퇴적되며 이뤄졌다. 토양이 굉장히 다양하지만 부르고뉴 전체에 걸쳐 위 3가지 토양을 발견할 수 있으며 보졸레 지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토양이 석회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단단한 석회암질의 토양은 2만여 년 전 빙하기 때 반복된 빙결과 해빙을 통해 경도가 약해져 뿌리가 쉽게 파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 위로 다양한 토양들이 퇴적되며 오랜 세월 동안 바람, 비, 서리 등의 자연적인 영향을 통해 침식과 퇴적을 거쳐 현재의 부르고뉴 지형과 토양의 모습을 빚어나갔다.


부르고뉴의 포도밭 지도를 살펴보면, 모자이크가 떠오를 만큼 작게 분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작게 분할되어 있는 구획들은 각자가 서로 다른 표토와 심토, 기반암을 갖고 있고 뒤에서 말하게 될 기후가 다르다. 이는 떼루아의 특성에 반영되며 와인의 특질을 다르게 하며 곧 이것은 부르고뉴의 다양한 떼루아를 입증하는 것이다. 겉으로 봐서는 거의 같은 토양으로 보이지만 하나의 떼루아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인접한 포도밭에서조차 한 곳에서는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반면, 다른 한 곳에서는 품질이 그에 못 미치는 와인을 생산한다. 이것이 부르고뉴 와인이 복잡하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유구한 세월 동안 침식과 퇴적된 토양 위에 현재의 부르고뉴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피노 누아의 경우 배수가 잘 되는 성질을 지닌 석회질이 많이 함유된 이회암질 토양을 좋아한다. 석회질의 함량에 따라, 또는 포도원의 방향에 따라 아주 가벼운 스타일, 우아한 스타일 또는 힘차면서도 바디감이 묵직한 와인을 생산한다. 샤르도네 품종의 경우 이회암-석회암질 토양을 좋아하며, 특히 점토질 함량이 많은 토양을 선호한다. 이러한 토양 구성에서 샤르도네가 품고 있는 아로마의 섬세함과 우아함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점토질의 비율이 부르고뉴의 위대한 화이트 와인의 깊이와 향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토양과 지형에 있어 또한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바로 일조 방향이다. 부르고뉴 지방의 포도원은 크게 3가지 일조 방향을 보이는데 보졸레와 마꽁(Mâcon),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지역은 포도밭이 동쪽을 향하고 있으며 꼬뜨 드 뉘와 꼬뜨 드 본 지역은 동-남쪽으로, 샤블리 지역은 남서쪽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들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등지고 있어 찬바람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또한 최대한의 일조량을 얻어 포도를 완숙하는 데 도움을 준다. 통풍이 잘 되며 이러한 높은 일조량 수준은 밤새 내린 이슬로 인한 습기를 빠른 속도로 건조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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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녘의 부르고뉴 포도밭 (credit : vins-bourgogne.fr)]

 

2.3 기후


부르고뉴의 전체적인 기후는 대륙성 기후에 속하지만 언덕의 고도와 강의 유무에 따라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후를 “끌리마(climat)”라고 부르며 위에서 언급한 토양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끌리마들이 각각의 독특한 떼루아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다한다.


강수량은 연평균 650~700mm이며 적게는 450mm에서 많게는 900mm가 내린다. 5월과 6월에는 비가 가장 많이 오며 이는 포도나무의 생장을 돕기도 하지만 때때로 꽃이 피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2월과 3월에는 비가 적게 오기 때문에 토양에 물이 차는 것을 막아주며, 위생적으로 전지작업을 할 수 있으며, 봄에 땅이 빨리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9월에도 비가 적게 와 포도가 수확 직전 완숙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조량은 연간 2,000 시간 정도로 보르도 지방과 비슷하다. 이 중 3/4에 해당하는 햇빛이 포도나무에 가장 중요한 생장기인 4월에서 9월 사이에 내리쬔다. 프랑스 동쪽에 자리 잡은 보주(Vosge) 산맥으로 인해 북쪽의 서늘한 기온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서쪽에 위치한 모르방 산이 있어 비 피해가 적다. 때문에 포도원의 기후는 춥거나 습하지 않고 통풍이 잘 되어 습기로 인한 곰팡이 질병에 대한 위험이 적다. 북쪽으로 올라 갈수록 춥고 건조하기 때문에 위생상태에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친다. 


기온은 포도나무가 생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발아가 시작하는 4월은 10~11도이며 개화하는 6월에는 평균 18도, 7월에서 8월 평균 온도가 19~20도이다. 겨울에는 최저 영하 22도까지 내려가는데 이 기온에서 습한 토양에 심어져 있는 묘목들은 죽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연평균 온도는 10.7~10.9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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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지역의 전형적인 단면도와 고도에 따른 포도밭 (credit : svt.ac-dijon.fr)]

 

2.4 기타 요소


- 고도

고도는 포도원의 방향만큼이나 포도 열매가 익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르고뉴의 포도밭들은 대부분 200m에서 500m의 낮은 언덕에 조성되어 있다. 언덕 위 포도원들의 이점은 아래쪽 분지에 비해 서리의 피해로부터 포도나무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그랑 크뤼(Grand Cru) 포도원들은 대부분 220~300미터에 완만한 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배수가 잘되고 일반적으로 비가 왔을 경우 빗물이 아래로 흘러내려 빠른 시간 내 토양을 건조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 수분

위에서도 언급했듯 포도나무는 배수력이 높은 자갈 토양을 좋아한다. 이때 포도나무는 생장에 필수적인 수분을 찾아 토양 아래로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데 보통 6미터 정도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 깊숙이 뿌리를 내렸을 때의 장점은 가뭄 혹은 지나친 비로 인해 발생되는 부패(보트리티스(botrytis))의 영향에서 자유롭고 더 다양한 지층에 있는 다양한 양분을 빨아들여 포도에 복합미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 빈티지(밀레짐: Millésime) 

부르고뉴 와인을 이해하는데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밀레짐이다. 밀레짐은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하는데 부르고뉴 지방은 9월에서 10월에 포도를 수확한다. 떼루아는 그 와인 만이 가지고 있는 전형을 만들어 내고, 밀레짐은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 해 밀레짐의 특징을 와인에 잘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밀레짐이 중요한 이유는 단일 품종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르도 지방을 비교한다면 보르도 와인은 부르고뉴 지방에 비해 이런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러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품종 별로 따로 양조와 발효를 진행하면서 나중에 테이스팅을 통해 혼합 비율을 결정하여 각 빈티지 별로 레시피를 다르게 하여 최상의 품질을 만들 수 있다. 반면에 부르고뉴의 경우 한 개 품종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해에 피노 누아의 퍼포먼스가 좋지 않을 경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생장기에 포도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최상의 포도를 길러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글 : 비노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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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Vinocus]
부르고뉴는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가장 복합적이며 가장 까다로운 명산지이다.
(CLIVE COATES, MW)
최근 들어 부르고뉴 애호가를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마실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아니면 모처럼 기회에 구매한 와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데 그만큼 정보나 지식이 따라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부르고뉴는 단일 품종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지만 마을 별, 끌리마 별, 크뤼에 따라 다양한 맛을 드러낸다. 끌리마(Climat)만 하더라도 부르고뉴에는 1,240여 개가 존재한다. 부르고뉴 와인이 다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다양한 떼루아가 존재한다. 부르고뉴는 떼루아의 산지다. 토양, 기후 그리고 인간의 상호 유기적 영향과 이들의 조합이 이루어져 부르고뉴 와인의 개성을 만든다. 그러므로 부르고뉴 와인을 즐긴다는 건 곧 그만큼 부르고뉴의 기후, 토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르고뉴 익스피리언스”에서는 부르고뉴의 모든 것을 소비자의 시각으로 기획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아냈다. 부르고뉴 지식을 참고하여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제대로 골라보자. 또한 이 시리즈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썼기에 조금 어려운 부분은 뒤로 미루어도 괜찮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하는 마음으로 읽어 나가 보자. 깊고도 넓은 부르고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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